[미디어SR 이승균 기자] '벤처기업의 상징'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다시 돌아왔다. 2013년 중소기업청장 내정 사흘 만에 돌연 사퇴해 뉴스의 인물로 떠올랐던 황 회장이 일본과의 무역 분쟁,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기업가 정신, 혁신 성장의 중요성을 외치기 시작했다.
황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본과의 무역 분쟁을 계기로 정부의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국산화 대책을 이끌 신설기구인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 초대 회장으로 올랐다. 황 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를 장비와 소재의 국산화 그리고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는 그의 주요 과업이기도 했다.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이기도 한 그는 19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업 이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 설비를 자체 개발해 전세계로 수출해 반도체 산업에서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1959년 경상북도 고령 태생으로 동양고를 졸업하고 인하전문대를 다니다 편입을 통해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으로 옮겼고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자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하게 된다.
대표이자 엔지니어로서 반도체 공정 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고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유통 채널을 확보해 세계로 나아갔다. 반도체, LCD, 태양광 등 설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황 회장은 사회적 기업가다. 본인의 이름 끝자인 두루 주(周)와 별 성(星)을 붙여 두루 세상을 비추겠다는 의미로 사명을 주성으로 결정했다. 이에 걸맞게 사재를 쾌척해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과 청년희망재단 설립하는 등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뭋여 후학 양성에도 온 정성을 쏟고 있다.
황 회장은 줄곧 올바른 기업가 정신이 곧 대한민국의 올바른 정신을 강조해 왔다.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새 시대에 맞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혁신을 위해서는 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정책으로 도울 수 있다는 발상 자체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소부장 경쟁력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기업가이자 동시에 청년들에게 구루로 존경받는 황 회장이 2020년 우리사회와 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이다. 황 회장과 마찬가지로 한국 벤처 1세대로 분류된다. 황철주 회장과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를 1985년 졸업한 동문이다. 조 회장은 대학생 1호 벤처로 1983년 비트컴퓨터를 창업했다. 황 회장보다 앞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벤처기업협회장을 지냈다.
2013년 황 회장이 중기청장에 내정되자 향후 창업생태계에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벤처업계의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황 회장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보유 문제로 중기청장에 오르지 못하자 공직자윤리법은 모순이라며 법조항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 황 회장은 27%나 되는 물량을 매각할 경우 주가 폭락으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어 중기청장직을 내려놨다고 향후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황 회장과 조 회장은 2000년 인하대학교 출신 벤처기업인들과 함께 50억원을 기부해 창업관 등을 건립하는 등 벤처 1세대 동지로 함께하고 있다.
김헌도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엔지니어링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황 회장과 동고동락할 수밖에 없는 전문가다. 주성엔지니어링에서 디스플레이 개발본부 총괄을 맡고 있다. 반도체 기술 전문가인 김헌도 부사장은 2011년 무렵에는 OLED 분야에서도 4세대 조명용 증착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 사장은 황 회장의 주변 측근들이 인정하는 사내 최고기술책임자(CTO)이기도 하다. 1988년 하이닉스(옛 현대전자) 반도체 연구소에 입사한 후 단위공정 개발과 신규 팹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이닉스반도체와 주성엔지니어링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양사가 300㎜ 건식삭각장치를 상생 차원에서 공동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김 사장이 다리를 놓은 덕분이다. 앞으로도 주성엔지니어링 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황 회장과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화
故(고)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겸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도 황철주 회장과는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다.
1953년 대구 출생인 이 명예회장은 197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한국 벤처의 효시 메디슨을 창업하고 1995년에는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해 5년간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스마트 시티, 지역혁신 생태계, 한국의 클라우드 전략 등을 주제로 활발히 강연에 나서고 관련 포럼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벤처업계를 넘어 국가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쳐왔다.
한국 벤처 역사의 산증인이자 대부인 이민화 명예회장은 지난해 8월 3일 부정맥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후 행정안전부는 이 회장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벤처와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친 황철주 회장에게 이민화 명예회장은 치열한 삶을 살아온 벤처계의 선배이자 스승으로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 둘의 삶의 궤적이 겹치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이 명예회장은 황 회장의 활동 무대였던 벤처기업협회의 설립을 통해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외쳐왔다. 황 회장은 이 명예회장의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 벤처업계의 대부와의 이별을 "국가적인 큰 손실"이라며 굵은 눈물로 마지막을 배웅했다.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자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지내면서 일반인에 널리 이름을 알린 벤처기업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해외마케팅 벤처 픽셀시스템 등을 창업했다. 귀국해 한글과컴퓨터 대표를 맡았다. 이후 네띠앙, 본웨이브 등 벤처 회사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4·11 총선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에서 당선돼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인하대학교 동문이기도 한 둘 사이는 황 회장이 중기청장에 내정되면서 더욱 가까워진다. 당시 지분 처리 문제로 황 회장이 중기청장직을 거절하자 전 위원장은 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며 그를 우회 지원했다.
이후에도 전 위원장은 의원 시절 당시 당내 IT 전문가 그룹과 함께 K밸리포럼 출범, 창조경제·일자리창출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황 회장을 정계로 이끌어 근본적인 벤처 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회장이다. 황 회장과 마찬가지로 지칠 줄 모르는 기업가 정신,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저돌적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1993년 정약용의 호를 따서 다산기연을 설립, 2000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스타 벤처사업가로 올랐다. 2002년 다산네트웍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 연결 장치인 라우터를 개발했다.
지난 2012년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을 황철주 대표와 공동으로 수행했다. 남 회장은 6대를 역임한 황 회장에 이어 8대를 역임했다. 당시 협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황 회장과 남 회장은 손발이 잘 맞는 선후임 사이였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도 이 둘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의기투합해 만드는 등 벤처 산업 발전과 후배 양성에 아낌없는 열정을 쏟아 부었다. 황 회장이 초대 이사장으로 2015년까지 맡고 남 회장이 2대 회장으로 2015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황 회장은 이사장으로 재단에 복귀했으며 남 회장은 이사로 남아있다.
청년기업가
황철주 회장의 관심사에는 늘 '기업가 정신'이라는 화두가 살아 숨쉬고 있다. 특히 청년의 기업가 정신 함양을 위해 늘 애쓰고 있다는 것은 유명하다.
황회장이 오랜 기간 기업가 정신을 갖춘 벤처기업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면 이제는 조금 더 청년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황 회장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명함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명함 등 두가지를 건네고 있다. 특히 재단 이사장 명함 뒤편에는 그가 말하는 다섯 가지 기업가 정신이 큼직하게 새겨 있다.
그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으로서 말하는 기업가 정신 다섯 가지는 혁신과 성공의 지도를 작성, 시대에 맞는 기준 재정립, 성공을 위한 판단과 결정, 위험을 책임 및 극복, 행복과 희망 공유 등이다.
2000년 모교 인하대학교에 50억원을 벤처기업인과 함께 기부해 벤처플라자를 지었다. 2005년 사재 50억 원을 출연해 ‘일운과학기술재단’을 설립해 매년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희망과 행복의 공유'를 기업가 정신을 완성하는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삼고 있는 황 회장은 말 그대로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드높여 혁신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건네주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July 03, 2020 at 03:4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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